모두의 여행
글·사진. 권다현 여행작가
전북 고창에서 우리 ‘함께’
여름을 즐기다
조선시대 한 시인은 고창을 가리켜 “시냇물은 푸른 뱀이 달리는 듯하고 봉우리는 푸른 병풍을 비낀 듯하다”고 읊었다. 그로부터 수백 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청정한 자연에 풍성한 문화유산을 자랑하는 전북 고창은 누구든, 언제든 찾아볼 만한 여행지다. 게다가 넉넉한 바다와 힘이 불끈 솟는 먹거리까지 갖췄으니 올여름은 전북 고창에서 즐겨보면 어떨까, 우리 함께.
모두를 위한 사찰

선운사

고창을 대표하는 사찰인 선운사는 그 이름을 풀면 “오묘한 지혜의 경계인 구름(雲)에 머무르면서 갈고 닦아 선정(禪)의 경지를 얻는다”는 의미다. 백제 고승인 검단선사가 창건할 당시 붙인 이름인데, 지금도 안개나 구름이 그윽하게 내려앉은 날이면 다른 세상 마냥 신비로운 풍경을 빚어낸다. 선운사의 명성 탓에 선운산으로 불리게 된 도솔산도 그 이름에서 불교의 이상향인 도솔천을 떠올리게 한다.
선운사는 지장보살 신앙의 성지로 꼽히는데, 여기에 모셔진 금동지장보살좌상에는 믿지 못할 이야기가 전해진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밀반출됐던 금동지장보살좌상이 주인이 바뀔 때마다 꿈에 나타나 “나는 본래 고창 도솔산에 있었으니 그리로 보내 달라”며 크게 꾸짖었던 것. 심지어 이 불상을 소지한 이들에게 연달아 불행이 닥치자 결국 마지막 소장자가 고창경찰서에 신고해 반환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우여곡절 끝에 2년 만에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금동지장보살좌상을 가장 아끼고 섬긴다. 선운사에는 보물로 지정된 금동지장보살좌상과 대웅보전, 천연기념물인 동백숲 등 다양한 국가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선운사가 자리한 선운산도립공원은 지난 2016년 열린관광지로 선정됐다. 장애인, 고령자, 영유아 가족 등 모든 관광객이 이동의 불편 및 관광 활동의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장애물 없는 관광지란 의미다. 선운산도립공원은 탐방로부터 휠체어나 유모차 모두 이용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경내로 들어서는 모든 단차를 제거해 누구나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 돌계단 여러 개를 올라야 하는 관음전 앞에는 휠체어 경사로도 설치했다. 우리네 이웃에 대한 따스한 관심과 배려 덕분에 선운사는 모두에게 열린 사찰이 되었다.
선운사
INFO
홈페이지seonunsa.org
주      소전북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250
전화번호063-561-1422
오션뷰 캠핑장이 여기 있네?

동호해수욕장

드넓은 백사장과 푸른 해송숲이 그림처럼 어우러진 동호해수욕장은 모래가 곱고 수심이 얕아서 온 가족이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어종이 풍부한 칠산 바다를 끼고 자리해 바다 낚시터로도 입소문이 자자하다. 특히 해송숲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붉은 노을이 아름답기로 손에 꼽히는데, 바로 이 위치에 국민여가캠핑장이 자리해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캠핑장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동호 국민여가캠핑장은 올해 열린관광지로 선정되어 관광 약자는 물론 모두가 오션뷰 캠핑장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할 예정이다.
동호해수욕장
INFO
주      소전북 고창군 해리면 동호리 712
책 한 권의 시원함

책마을해리

프랑스인들은 여름휴가를 떠날 때 제일 먼저 책을 챙긴다. 그들에게 휴가는 분주한 일상을 잊는 휴식의 시간인 동시에,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을 마음껏 읽는 충전의 시간이기도 하다. 고창에도 이처럼 책과 함께 시원한 여름을 즐기기 좋은 공간이 있다. 낡은 폐교를 책마을로 꾸민 이곳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교실을 책으로 채웠다. 특히 책 한 권을 들고 들어가면 다 읽을 때까지 나올 수 없는 ‘책 감옥’은 감옥이라는 닫힌 공간이 책을 통해 오히려 광활한 세계와 만나게 하는 열린 공간이 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책과 함께 하룻밤을 지내는 북스테이 공간도 운영된다.
책마을해리
INFO
홈페이지harrybook.kr
주      소전북 고창군 해리면 월봉성산길 88
운영시간금~월요일 10:00~18:00
전화번호063-563-9173
이용요금1인 8천 원 또는 책 구입 시 무료 입장
자연 속에서 초록빛 힐링

상하농원

아이와 함께 고창을 찾았다면 고민 없이 상하농원으로 향해도 좋다. 매일유업의 유기농 브랜드이기도 한 상하농원은 고창의 깨끗한 자연 속에서 우리 농촌의 가치와 좋은 먹거리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도록 꾸몄다. 초원을 자유롭게 누비는 젖소와 양 떼, 계절마다 달라지는 수확 체험과 쿠킹 클래스, 신선한 유제품과 햄 등이 생산되는 공장도 사전 예약을 통해 견학이 가능하다. 마켓에서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유기농 제품을 구입할 수 있고, 이들을 활용한 레스토랑도 운영 중이다. 목가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인 숙박시설 파머스빌리지는 여름이면 더욱 인기가 뜨겁다. 온통 푸른 언덕을 배경으로 자리한 야외 수영장이 문을 열기 때문이다. 올해는 6월 22일부터 9월 1일까지 운영 중이다.
상하농원
INFO
홈페이지sanghafarm.co.kr
주      소전북 고창군 상하면 상하농원길 11-23
운영시간09:30~21:00(연중무휴)
전화번호1522-3698
이용요금대인 9천 원, 소인 6천 원
새콤달콤 머무는 즐거움

복분자클러스터유원지

복분자는 고창하면 빼놓을 수 없는 특산품이다. 예부터 자양강장 효과가 뛰어난 열매로 꼽혔던 복분자는 차와 술은 물론 다양한 제품으로 생산·판매 중이다. 고창에서는 이 같은 복분자 관련 산업을 지원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2014년 테마단지를 조성했다. 복분자 농공단지와 연구소, 식품업체들이 입주했고 주민들을 위한 유원지도 조성됐다. 드넓은 공원에는 복분자를 주제로 한 조형물과 감성적인 포토존, 반려견 놀이터, 미니 동물원 등이 자리한다. 특히 복분자 모양의 펜션이 눈길을 사로잡는 국민여가캠핑장은 올해 열린관광지로 선정되어 모두가 장애물 없이 캠핑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을 앞두고 있다. 현재는 카라반과 오토캠핑장, 텐트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다.
복분자클러스터유원지
INFO
주      소전북 고창군 부안면 용산리 44-35
전화번호063-561-2553
짙푸른 성곽 한 바퀴

고창읍성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고창읍성은 고을 읍내 한복판의 나지막한 평지에 위치한 순천 낙안읍성, 서산 해미읍성과 달리 읍내 남쪽 반등산 자락을 따라 축조되었다. 고려 말부터 왜구의 침입이 잦았던 지역의 특성상 방어의 목적이 강화된 결과다. 기록에 따르면 고창읍성은 그 둘레만 1,684m에 높이는 4~6m에 이르고, 관아를 비롯해 무려 22개 건물이 들어섰다고 한다. 대부분 건물은 잇따른 전쟁으로 모두 소실되었지만, 거칠게 다듬은 자연석으로 쌓은 성벽만큼은 지금껏 온전한 형태로 남아 문화유산으로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또한 고창읍성을 배경으로 한 성밟기놀이도 전해져 내려온다. 마을 여인들이 손바닥만 한 돌을 머리에 이고 성을 한 바퀴 돈 다음 그 돌을 입구에 쌓아 두면 병을 물리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쌓인 돌은 전투가 벌어질 경우 무기로도 사용됐다니 이보다 더 실용적인 민간신앙이 있을까 싶다. 성내에는 흥선대원군이 나라의 문을 걸어 잠그며 세웠던 척화비와 울창한 맹종죽림, 성밖에는 조선 후기 판소리 대가로 꼽히는 신재효의 생가가 볼거리를 더한다.
고창읍성
INFO
주      소전북 고창군 고창읍 읍내리
125-9
운영시간05:00~22:00(연중무휴)
전화번호063-560-8067
이용요금어른 3천 원, 청소년 2천 원,
어린이 1천 원(*동일금액 고창사랑상품권 제공)
수천 년 시간을 거슬러

고창 고인돌유적

고창 고인돌유적은 탁자식, 바둑판식, 개석식 등 다양한 형식과 크기의 고인돌 약 500기가 세계에서 가장 밀집해 분포한다. 동북아시아 고인돌 문화의 중요한 증거 자료로 인정받아 지난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됐다. 고창고인돌박물관에서는 이 같은 고인돌의 역사와 의미, 제작 과정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사진 촬영과 함께 간단한 질문에 답하면 과거 자신이 고인돌 제작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했을 지 AI 이미지로 출력해 주는 ‘고인돌과 함께 살아온 그들’ 체험이 흥미를 끈다. 3층 체험 학습실에는 고인돌 만들기와 움집에서 청동기 보물찾기, 암각화 3D 색칠놀이 등 다양한 터치 모니터 게임과 다인용 인터랙티브 체험 존이 자리해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 좋다.
고창고인돌박물관에서 약 600m, 도보 또는 탐방열차를 타고 이동하면 고인돌유적과 함께 죽림선사마을이 나타난다. 수천 년 세월을 품은 다채로운 모양의 고인돌이 싱그러운 녹음을 배경으로 세워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죽림선사마을에서는 반달돌칼과 돌화살촉을 비롯해 고창의 관광 캐릭터인 모로모로를 활용한 열쇠고리 만들기 등 색다른 체험도 가능하다.
고창 고인돌유적
INFO
주      소전북 고창군 고창읍 고인돌공원길 74
운영시간하절기 09:00~18:00,
동절기 09:00~17:00
(월요일 휴무)
전화번호063-560-8666
이용요금어른 3천 원, 청소년 2천 원, 어린이 1천 원(*동일금액 고창사랑상품권 제공)
고창에서 즐기는 세레모니 에스프레소

땡스덕 베르베르의집

고창에서 가장 이국적인 공간을 꼽으라면 단연 황토색 지붕을 얹은 아프리카풍의 이 카페가 아닐까 싶다. 원래 오리 집이었던 것을 카페로 개조하면서 땡스덕이란 이름을 붙였고, 베르베르(BerBer)는 북아프리카에서 스스로를 자유로운 사람, 고귀한 사람이라 일컫는 이들을 의미한다. 여기선 고창 특산물을 활용한 복분자라테, 청보리라테를 비롯해 카페 콘셉트를 고민하다 선보였다는 세레모니 에스프레소를 맛볼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커피 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세레모니 에스프레소는 깊고 진한 에스프레소를 아포가토와 아인슈페너, 라테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메뉴 뿐만 아니라 공간 구석구석 소품 하나까지 주인장의 살가운 애정이 느껴져 머무는 내내 아프리카의 어느 느긋한 오후처럼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땡스덕 베르베르의집
INFO
주      소전북 고창군 신림면 왕림로 25
운영시간10:00~19:00(연중무휴)
전화번호0507-1327-1829
S  N  S@thanksduck_cafe
지난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