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른 논밭 사이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있는 경북 구미 선산읍의 한 마을. 입구의 마을 회관을 지나면 너른 잔디 마당의 전소라·이차호 씨의 집이 등장한다. 이곳에서 잔디마당을 가진 집은 단 세 채. 덕분에 무척이나 눈에 띄는 존재가 됐지만, 가족의 꿈을 실현하고자 입주 3년 차에도 꼼꼼하게 가꾸고 있는, 가족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마당을 보니 이 가족의 오도이촌 라이프가 얼마나 부지런하고 즐거울지 눈에 그려질 정도였다. 이들의 본가는 구미 시내. 차로 30분 거리의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자연과 함께하는 촌집과 자신의 꿈을 실현할 공방을 만들고자 이렇게 세컨하우스를 짓게 됐다.
본래 4칸짜리 한옥이었던 이곳은 무려 1945년에 지어진 마치 ‘유물’같은 곳이었다. 공사를 담당한 업체에서 손에 꼽게 어려운 집이라고 할 정도로 고생도 많았지만, 지금은 평생을 함께할 수 있을 만큼 만족스러운 공간이 됐다. 요즘은 뒤돌면 자라나는 잡초와 잔디로 구슬땀을 흘리지만 그마저도 일상에서 누릴 수 없는 즐거움이라 여기며 매주 이곳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다.
전소라(이하 전) 안녕하세요. 저는 바느질로 작품 판매도 하고, 클래스도 하고 있는 전소라입니다. 이 집은 제 공방이자, 우리 가족들의
세컨하우스입니다.
이차호(이하 이) 저는 남편인 이차호입니다. 이 집은 건물 약 59.6㎡, 전체 토지는 817㎡의 규모로, 집에 비하면 마당이 넓은 편이죠. 이 집에 살게 된 지는 올해로 3년 차가 됐습니다.
코로나19가 막 시작됐을 때 가족이 함께 제주 한달살이를 했는데, 자연경관을 보고, 해안도로를 달리고, 아이들이 마음껏 자연에서 노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남편과 상의해서 제주살이를 한 번 더 하게 됐고, 그때 마당 있는 집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게 됐어요. 그래서 남편과 상의 끝에 촌집과 제 공방에 대한 로망을 실현할 이 집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반년 정도 주말마다 촌집을 보러 다니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러다 이 집을 처음 봤을 때부터 되게 마음에 들었던 것같아요. 푸른 나무에 둘러싸인 느낌이 좋았거든요. 바로 계약을 했죠. 그게 2020년 9월이었어요. 그 후 리모델링 업체를 알아보고, 준비하면서 이듬해 2월 말부터 60일간 공사해 집을 완성했습니다. 중간에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계획한 시간 내 마무리가 잘 된 편이에요. 본격적인 입주는 5월에 코로나19로 자가격리를 하게 되면서 얼떨결에 한 웃지 못할 사연도 있습니다.
첫째 조건이 ‘본집에서 가까울 것’이었어요. 제 경험상 집과 한 시간 거리만 떨어져도 잘 안 가게 되더라고요. 와이프가 평일에 와야 하는 조건도 있어서 저희는 언제든 갈 수 있도록 정한 것이 30분 내외라는 시간이었어요. 그 범위 내에 지금 동네가 있어서 이 집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사람이 근처에 살고 있어서 밤에 무섭지 않고 좋은 듯합니다.
저는 주중에 수업이랑 제품을 제작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주말에 아이들과 남편이 함께 이곳을 찾습니다. 현재는 주로 원데이 키즈클래스를 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주로 힐링하시려고 오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그리고 주말 아침에는 눈이 일찍 떠지거든요. 그러면 커피 한 잔 마시면서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을 즐기는 데 참 좋아요.
저는 여기오면 너무 할 일이 많습니다(웃음). 잔디를 깎고, 잡초도 뽑고. 해가 떠있는 시간에는 무엇이든 해야 하더라고요. 저절로 부지런해집니다. 이번 주에 안하면 다음 주에 해야하거든요. 지금은 마당에 정원을 만들고 있는데, 자재를 사다가 바닥을 깔고 있습니다. 그 옆에 오두막은 연천에서 목공 기술을 배워 만들었는데 완성까지 반년이나 걸렸지만 재밌는 시간이었어요.
이곳은 집이기도 하지만, 건물 안에 제 작업실도 함께 넣고 싶었어요. 그래서 공사를 진행해주신 소장님에게 꼭 작업실 공간을 부탁드렸죠. 남편이 마당에 지어준다고도 말했지만, 저는 지금이 너무 만족스러워요.
이 집이 4칸짜리 한옥이었는데, 그중 두 칸을 터서 거실과 부엌을 하나로 만들고, 침실과 작업실을 각각 만들었어요. 거실은 제주도에서 본 집을 떠올리며 부엌과 거실에 분리 감을 주려고 단차를 만들었는데, 이 부분이 여러모로 마음에 듭니다. 이 촌집 리모델링 공사는 제가 의견을 내면 가능한 선에서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많아서 좋았습니다.
너무 좋아하고, 아이들 친구들도 가끔 놀러 오면 부러워해요. 집이 두 개니까 부자냐고 묻더래요. 여기에 한 번 왔다 가면 친구들이 더 자랑할 정도에요. 저희 둘째는 이 집에 온 후로 아빠와 같이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더 가까워졌고, 또 주말마다 마당에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호미질도 엄청 잘하게 됐어요. 다른 또래 친구들은 개미만 봐도 소리를 지르는데 우리 아이는 개구리를 손으로 잡을 만큼이죠. 또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고, 떠들 수 있어서 그럴 때 오길 잘했다 생각이 들어요.
저희는 주변 어르신들이 너무 잘해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이에요. 저희 아이들이 도로에서 놀고 있거나 하면 예뻐해 주시고, 오며 가며 채소 같은 것은 항상 챙겨주세요. 옆집 할머님은 저를 ‘공주’라고 부르시는데 이런 호칭이 신선하지만, 그만큼 저희를 좋아해 주셔서 기뻐요.
마침 저희가 이곳에 입주했을 때가 막 코로나19가 심할 때여서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릴 수 없었는데, 그 대신 인사차 회비를 드렸더니 마을회장님이 저희 이름으로 마을 분들에게 속옷을 돌려주셨어요. 너무나 감사했죠.
저희가 가장 신경 쓴 것은 ‘마을 분위기에 맞추자’였어요. 마당에서 고기를 굽는 일조차도 처음에는 조심할 정도였어요. 그러다가 어버이날 주민분들이 고기 구우시는 걸 보고 그제야 저희도 따라 시작했죠. 밤에는 8시에는 다 주무시니까 저희도 그 시간에는 집안에서 시간을 보냈고요. 아무래도 저희가 이 마을에 새롭게 이주한 사람들인 만큼 최대한 마을 분들에게 맞추려는 마음과 태도가 성공적인 정착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는 이 집을 저희 노후로 생각하고 있어요.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시골집은 들어간 돈에 비해서 제값을 받고 팔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자라고 나면 지금 도심의 아파트를 정리하고 이곳으로 오면 어떨까 생각하죠.
저는 그런 것을 빼고도 지금의 생활이 너무 좋아서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꼭 경험해 보시고 시도해 보길 바래요. 이 생활이 잘 맞는 분들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거든요. 요즘에는 촌집 체험, 한 달 살기 등이 저렴한 가격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잘 알아보시면 충분히 경험해 볼 수 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구매하려는 곳을 직접 방문해서 마을 분위기도 살펴보고, 도로가 너무 좁아서 통행이 불편하지는 않은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집을 고칠 때 충분히 고치고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시골집이라고 너무 저렴하게 준비하려다 보면 꼭 사는 중간에 고쳐야 할 일이 생겨요. 그러니 확보할 수 있는 최대의 예산을 마련해서 집을 준비하시길 조언하고 싶어요.
이 콘텐츠가 즐거우셨다면 아래 ‘최고’ 를 꾸욱 눌러주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