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 감싸고 섬진강이 흐르는 구례는 수려하면서도, 고즈넉하다. 화사함이 더해지는 봄, 구례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들을 톺아보았다.
화엄사는 천년 고찰의 역사를 간직한 사찰이다. 10개가 넘는 국보와 보물을 보유하고 있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백제 성왕 22년(544년)에 건립하였다고 전해지며, 국보 12호 각황전, 국보 35호 사사자삼층석탑 등 귀한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화엄사의 백미라 불리는 대웅전을 만나기 위해서는 야트막한 길을 20분 정도 올라야 한다. 발 닿는 곳마다 홍매화와 동백꽃, 벚꽃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눈에 담는 장면마다 그림이 되는 화엄사는 구례 여행의 시작점으로 제격이다.
화엄사를 감상하고 향한 곳은 비밀 정원처럼 신비로운 카페, 반야원 플라타너스. 이름 그대로 카페에는 큰 나무 플라타너스가 자리해 있다. 소나무와 연못, 계곡으로 그득한 반야원 플라타너스는 커피만 마시기엔 아쉽다. 정원을 거닐거나 갤러리에서 그림도 관람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반려동물과 함께 야외 테라스에 앉아 휴식하기 좋다.
지리산을 누볐다면, 현지 맛집에 들러 허기를 채울 차례. 섬진강의 봄맛, 다슬기를 맛보러 부부식당으로 향했다. 이곳의 메뉴는 다슬기 수제비와 다슬기 무침, 단 두 개. 예부터 강물 맑은 구례에서는 다슬기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새콤달콤한 다슬기 무침으로 입맛을 돋우다 보면 시원하고 쫀득한 맛이 일품인 수제비가 나온다. 건강한 다슬기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더없이 매력적.
높은 빌딩으로 채워진 도시에 살다 보면 문득 초록빛 자연이 그리워지는 때가 있다. 상쾌한 풀내음과 향긋한 수선화 향기를 가득 머금고 싶다면, 한국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지리산 치즈랜드를 추천한다. 자체 생산하는 친환경 요거트를 마시며 수선화로 노랗게 물든 치즈랜드를 거닐어 보자.
전 객실이 구만제 호수와 치즈랜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지리산 호수 리조트.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구례의 몇 안 되는 독채 펜션이다. 미리 요청하면, 바비큐를 위한 숯과 그릴을 준비해준다. 야경을 보며 맛보는 조개구이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이곳에서 특별한 저녁을 보내고 싶다면, 불멍 ZONE 텐트를 이용해보자. 모닥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다 보면 지친 심신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모든 것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구례에 문화를 형성하고, 생기를 불어넣는 곳들을 찾았다. 여행 이틀 차, 셔터를 누르고 싶어지는 포토제닉한 구례의 조각들을 수집했다.
천은사는 지리산 3대 사찰로 꼽힐 만큼 아름답다. 828년, 통일신라시대에 덕운조사와 인도의 승려 스루가 창건한 절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무엇보다, 맑은 공기 마시며 산책하기 좋다. 에메랄드빛 호수와 울창한 소나무 숲은 평화로움 그 자체. 천왕문으로 향하는 길,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위에 자리한 수홍루가 보인다. 미스터션샤인 촬영지로 알려진 수홍루는 인스타 감성이 물씬 흐른다. 청량한 초록빛으로 가득한 다리 위에서 봄의 싱그러움을 사진으로 남겨보자.
섬진강 벚꽃길은 섬진강을 따라 하동까지 이어지는 길이 3km의 구간으로, 구례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매년 3월 말 4월 초가 되면, 싱그러움을 한껏 머금은 벚꽃이 도로를 뒤덮어 환상적인 벚꽃 터널을 만든다. 잠시 차를 세워두고 새하얀 벚꽃이 비처럼 쏟아지는 거리를 느린 걸음으로 산책해도 좋다. 눈앞으로 성큼 다가온 봄을 체감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섬진강 벚꽃길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될 만했다. 벚꽃 개화 시기에는 인파가 몰리니, 서둘러 아침 일찍 보는 것을 추천한다.
계란 꽉꽉 김밥, 야채많이김밥 등 속이 꽉 찬 김밥으로 유명한 구례아빠김밥. 신선한 재료와 정성을 담은 손맛으로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아삭아삭한 식감과 맛이 입안에 봄을 머금은 듯 기분 좋아졌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했다. 산수유와 벚꽃 축제가 열리는 3월에는 일요일에도 영업한다. 봄 소풍 김밥을 준비하기 제격이다.
요즘 동네 책방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공간이다. 주인장의 취향에 따라 결이 비슷한 책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구례읍에서 살짝 벗어난 시골 마을에 자리한 봉서리책방은 작은 독립서점이자 북카페다. 문화, 역사, 철학, 환경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그리고 구례 출신 작가의 책을 소개하고, 매주 토요일에는 22시까지 심야 독서를 진행한다. 경험한 적 없는 이곳의 주말 독서가 내심 그리워졌다. 헛헛한 마음을 달래며 나오는 길에 구례 여행을 추억하기에 적당한, 책 한 권을 데려왔다.
서시천 인근 산책로에서 2023년 첫 번째 구례 열매장이 오픈했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구례를 대표하는 플리마켓! 머플러, 의류, 가방, 죽공예품, 그릇 등 핸드메이드 제품들과 빵과 음료 등 친환경 먹거리들로 넘쳐났다. 모든 셀러가 하나의 열매라는 뜻의 열매장은 구례의 문화를 체험하기 제격이었다.
목월빵집은 구례에서 생산되는 토종 우리 밀과 우리 농산물만을 사용해 빵을 굽는 로컬 빵집이다. 약 40여 종의 발효 빵을 판매하고 있는데, 그중 꼭 맛봐야 하는 메뉴는 목월팥빵. 직접 재배한 팥을 사용해 팥소를 만든다. 자극적인 단맛이 아닌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건강한 맛을 담은 목월빵집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길가까지 줄을 서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구례를 대표하는 핫플레이스! 11시 오픈 전에 미리 도착해 테이블링으로 예약할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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