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리스크 파악하기
은퇴소득을 만들기 위해 먼저 ①구매력 리스크, ②장수 리스크, ③수익률 순서 리스크를 파악하면 좋다.
구매력 리스크는 예금과 관련이 있다. 노후에는 예금이 안전하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베네수엘라는 2018년 공식적으로 물가가 13만% 올랐다. 그럴 경우, 현금이나 예금 1억 원의 구매력(물가를 반영한 예금 1억 원의 실질 가치)은 7만 7천 원에 불과하다. 젊을 때 물가가 오르면 임금도 오르지만, 나이 들어서는 근로소득이 없기에 물가가 오르면 같이 따라 오를 소득이 없다. 즉, 노후 자금 역시 물가가 상승하는 만큼 가치가 따라 올라가도록 다양한 분야에 투자해 두는 게 좋다.
장수 리스크는 몇 년 치의 은퇴소득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이다. 생명표 기준 60세 남성은 75세 이전에 사망할 확률이 22%이며, 92세 이후까지 생존할 확률도 마찬가지이다. 은퇴소득을 92세 이후까지 계획했는데 75세 이전에 사망할 확률, 75세까지 계획했는데 92세 이후까지 생존할 확률이 같다면 어느 수명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난감하다. 이를 해결하는 게 죽을 때까지 연금을 주는 종신연금이다. 하지만 종신연금은 필요할 때 내가 돈을 꺼내 쓸 수 있는 자유가 없다.
수익률 순서 리스크는 은퇴 후 투자수익률 순서에 따라 노후 자금이 고갈되는 시기가 달라질 수 있는 위험을 말한다. 투자수익률이 3년 동안 (+27%, +7%, -13%)인 A와 (-13%, +7%, +27%)인 B가 있다고 하자. 연 투자수익률은 5.7%로 같지만, 수익률 순서가 다르다. A와 B 모두 1억 원을 가지고 있고 매년 2천만 원을 지출한다고 예를 들어 보자. A의 경우 1억 원을 가지고 있는 첫해의 수익률이 +27%로 높고, 매년 2천만 원을 빼서 지출한 후의 3년째 투자수익률이 –13%로 낮은 경우 3년 뒤에 6,220만 원이 남는다. 반면, B는 1억원을 갖고 있는 첫해의 초기 수익률이 –13%로 낮고, 매년 2천만 원을 빼서 지출한 후의 3년째 투자수익률이 +27%로 높아 3년 뒤에 4,560만 원이 남는다. 초기에 수익률이 좋은 게 유리함을 볼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을 지출하면 자산은 계속 줄어들므로 자산을 가장 많이 확보한 투자 초기에 수익률이 높은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리스크를 모두 견고하게 방어하는 게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물가에 연동하여 연금액을 조정하고, 죽을 때까지 지급하며, 주식시장 급락 여부와 관계없이 약정한 연금액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세 가지 리스크를 모두 방어하는 민간 금융상품은 없다. 국민연금을 충실히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