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S 칼럼
글. 서한기 연합뉴스 기자
노후소득보장의 중추
지속가능하고 튼튼한
버팀목 국민연금
노후소득보장 장치인 연금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먼저 손꼽을 수 있는 것으로는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공무원·군인·사립학교 교직원 대상의 특수직역연금 등이다. 주택연금, 농지연금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중심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노후소득보장의 기본

연금은 운용 주체가 국가(공적연금)냐 민간(사적연금)이냐, 재원이 조세냐 보험료냐, 목적이 최소한의 노후 생계 보장(빈곤 방지)이냐 그 이상의 노후소득보장(근로 시기 생활 수준을 유지할 정도의 소득)이냐, 가입이 강제적이냐(의무·자동) 자발적이냐 등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기초연금은 조세를 재원으로 기본 소득을 보장하는 자동 가입 공적연금이다. 같은 공적연금이라고 해도 취지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우리가 흔히 국민연금이라고 통칭하는 노령연금은 가입자의 보험료를 바탕으로 그 이상의 소득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의무 가입 공적연금이다.
이외에도 연금은 2차 세계대전 후 영국에서 복지국가 청사진을 제시한 ‘베버리지 보고서’에서 유래한 ‘베버리지 형’과 독일의 철혈재상이라 불린 비스마르크에서 따온 ‘비스마르크 형’으로 나눌 수 있다. ‘베버리지 형’은 ‘국민 최저선’이라는 복지 원칙에 따라 과거와 현재의 근로 여부와 관계없이 노인이 됐을 때 일정 소득을 지급해 최저 생계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급 대상은 전체 노인 또는 일정 소득 이하의 모든 노인이 된다.
‘비스마르크 형’은 근로자의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하고, 납부한 보험료에 따라 연금급여가 달라지는 사회보험이다. ‘근로자가 퇴직해 더 이상 임금 소득을 올리지 못할 때 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지급 대상은 근로 시기에 보험료를 낸 은퇴자가 된다.
이렇듯 현대 사회에서는 다층노후소득보장 체계가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다.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바탕으로, 국민연금이 수급자의 생활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퇴직연금이 그 나머지를 뒷받침하며, 덤으로 사적으로 준비한 개인연금이 더해져야 든든한 노후 보장을 달성할 수 있다. 다양한 연금이 정합성을 갖고 톱니바퀴 맞물리듯 조화롭게 작동할 때 노후 소득은 최적의 수준에서 보장될 수 있다.

목적

운영형태

재원조달

  • 빈곤 완화 및 최저소득보장(절대적)

  • 정액급여의 기초연금

  • 조세

  • 은퇴 이전의 생활 수준 유지(상대적)

  • 사회보험기반의 소득비례연금

  • 사회보험료

더 안전하고 든든한 국민연금을 위해

국민연금법 제1조는 ‘국민의 노령, 장애 또는 사망에 대하여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이다. 은퇴 후 수급 연령에 도달했을 때 ‘노령연금’을, 가입기간에 장애를 입었을 때는 ‘장애연금’을, 가입 중 사망했을 때는 뒤에 남은 유족을 위해 ‘유족연금’을 각각 지급하는 등 국민 전체의 노후 소득을 책임지는 것이야말로 최우선 목적이자 존재 이유라고 명확하게 밝힌 셈이다. 또한 국민연금법 제4조는 ‘급여 수준과 연금보험료는 국민연금 재정이 장기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제도의 지속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납부한 보험료보다 연금급여를 훨씬 많이 받는 구조여서 급격한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급변을 고려할 때 지속가능성이 낮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이 다층노후소득보장 구조에서 중추 역할을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연금, 즉 노령연금의 보장성이 떨어지는 주된 이유는 흔히 소득대체율로 불리는 지급률이 낮아서가 아니다. 40년 가입 기준 지급률 40%는 소득의 9%에 불과한 우리나라 보험료율을 감안할 때 다른 연금 선진국들보다 절대로 뒤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이 아직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데다, 전 국민을 포괄하게 된 게 1999년 이후인 탓에, 현세대 노인 중에는 수급권이 없는 사람이 많고, 수급권이 있더라도 보험료를 납부한 실질 가입 기간이 짧아 수급액이 적다.
국민연금 가입기간 확대가 관건

국민연금을 받는 비율, 즉 수급률이 낮은 것도 연금 수급을 위한 최소 가입기간(120개월)을 채우지 못해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결국 모든 문제는 가입기간이 짧다는 데로 모인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가입기간은 2019년 기준으로 평균 17.8년에 불과하다. 핀란드, 스웨덴, 프랑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8개국의 평균 가입기간이 36.1년에 달하는 것과 비교할 때 19년 짧다. 2060년 우리나라 국민연금 신규 수급자의 예상 가입 기간도 약 25년에 그칠 것으로 추산한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가입기간이 짧은 이유는 먼저 의무 가입 상한 연령 자체가 만 59세로 묶여 있어 다른 선진국보다 5년 이상 짧은 데다가 가입기간에 실직, 파산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않은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는 국민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하려면 무엇보다 가입기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입기간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현행 가입 상한 연령(만 59세)을 수급 개시 연령에 맞춰 만 64세로 상향 조정하고, 군복무·출산·실업 크레딧을 확대하며,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벌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에 더 나아가 누구나 18세가 되면 국민연금에 자동으로 가입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현재 국민연금 의무 가입 대상은 소득이 있는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모든 국민이다. 학생, 군인이라도 소득이 있으면 18세부터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하지만 소득이 없으면 27세 이전까지는 적용제외에 해당한다. 27세 이후에는 전업주부 등 무소득 배우자만 적용제외 대상이 되고, 나머지는 소득이 없더라도 납부예외 대상으로 전환된다.
이런 적용제외 기간을 납부예외 대상 기간으로 전환되도록 한다면 20대에 소득이 없어 보험료를 내지 않더라도 나중에 소득이 생길 때 추후납부(추납) 제도를 통해 더 쉽게 가입기간을 늘릴 수 있다.
지난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