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엔씨네마
글. 박병률 경향신문 콘텐츠랩부문장
장애에 관한
제법 묵직한 질문에 마주하다
영화 <미 비포 유>로 읽는
장애연금
영화 <미 비포 유>로
읽는 장애연금
영화 <미 비포 유>는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그린다. 장애가 있는 윌의 도움으로 새로운 세상으로 나간 임시 간병인 루이자와 루이자를 통해 웃음을 되찾은 윌. 로맨스라는 장르를 입고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 윤리에 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 <미 비포 유>를 소개한다.

변화의 힘, 사랑


윌은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는 남자다. 좋은 직장에, 만능 스포츠맨에, 아름다운 연인에, 잘생긴 외모에, 심지어 부모님은 개인 소유의 성을 갖고 있는 ‘금수저’이다. 하지만 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날 아침, 출근을 서두르다 갑자기 나타난 오토바이에 치인다.
루이자는 돈을 벌어야 한다. 6년간 일했던 카페가 폐업했다. 아버지도 실직했고, 대학생인 여동생은 아이를 낳아 집에서 양육하고 있다. 그녀가 실질적인 가장이기에 돈벌이가 절실하다. 구직센터에서 제안이 온다.
“장애가 있는 사람을 돌보는 일인데, 운전, 식사, 각종 도우미를 해야 해요.
기간은 딱 6개월. 보수도 좋고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지도 않아요.”
“장애가 있는 사람을 돌보는 일인데,
운전, 식사, 각종 도우미를 해야 해요.
기간은 딱 6개월.
보수도 좋고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지도 않아요.”
테아 샤록 감독의 <미 비포 유>는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윌(샘 클라플린)과 그를 임시로 간병하게 된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 분)의 이야기이다. 삶의 의욕을 잃어 세상 까칠하고 냉소적이던 윌은 우스꽝스러운 옷을 즐겨 입고, 썰렁한 농담을 툭툭 던지는 루이자를 만나 조금씩 생기를 되찾는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고향을 떠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루이자는 윌을 통해 점차 자신을 위한 새로운 세상을 선망하게 된다. 윌은 루이자로 인해, 루이자는 윌로 인해 변한다.

따뜻하고 든든한 장애연금


윌은 사고로 척수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다. 척수 손상으로 마비가 된 환자들은 갑작스러운 두통과 함께 어지럽고 열이 나면서 혈압이 오르고 식은땀이 흐르는 자율신경 반사부전을 겪곤 한다. 혈압이 불안정하므로 감염이 쉽게 돼 폐렴에도 취약하다. 문제는 척추 외상의 경우 별다른 치유법이 없다는 것. 그저 상황이 악화하지 않기만 바라는 것이 전부다.
윌처럼 노동력을 영구 상실하는 사고를 당하면 일반적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워진다. 이때 국민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안정적인 생활을 돕기 위해 장애연금을 지급한다. 국민연금 가입자 혹은 가입자였던 사람이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완치 후에도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남았을 때 국민연금이 지급하는 연금을 국민연금 장애연금이라고 한다.
급여는 장애정도(1~4급)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장애1급은 기본연금액의 100%, 장애2급은 80%, 장애3급은 60%를 연금으로 받는다. 4급은 일시금 형태로 지급된다. 다만 장애등급은 국민연금 장애등급 판정기준에 따른 등급으로 복지카드에 기재된 장애등급과는 다르다.
장애연금 수급을 위해서는 초진일, 가입 중 발생 및 연금보험료 납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예컨대 초진일이 만 18세 생일부터 노령연금 지급개시 연령 사이에 있어야 하고 초진일 당시 연금보험료 납부기간이 가입대상기간의 3분의 1이상이 되거나 가입기간 10년 이상, 초진일 5년 전부터 초진일까지의 기간 중 연금보험료 납부기간이 3년 이상(단, 가입대상기간 중 체납기간이 3년 이상인 경우 제외)이 돼야 한다.
장애연금 수급자와 수급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3년에는 78,527명에게 4,749억 원이 장애연금으로 지급됐다. 수급자를 연령별로 보면 50대가 28,561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60~69세가 21,883명으로 뒤를 이었다. 2023년 신규 수급자의 장애연금 개시 시기는 평균 50.2세로 집계됐다.
장애연금 월평균 수령액도 증가하고 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월평균 50만 5,000원이 지급된다. 2021년은 45만 8,236원, 2021년은 46만 1,510원, 2022년은 47만 4,879원이었다. 장애연금 월 최고 수령액은 222만 8,000원, 최장기 수급기간은 34년 10개월로 집계됐다. 1988년 제도 시행 이후 지금까지 29만 4,793명에게 7조 7,955억 원이 지급됐다. 장애연금이 장애로 인한 노동력 상실에 따른 구제를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민연금 장애연금은 장애인연금법에 따르는 장애인연금과는 다른 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소득과 관계없이 연금가입자에게 지급되지만, 장애인연금은 일정 소득 이하인 경우만 지급된다. 장애연금은 국민연금에, 장애인연금은 행정복지센터에 신청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것


윌은 신체적 고통과 함께 심한 정신적 고통에 빠져 있다. 꿈속에서 사고 전의 훨훨 날던 자신을 만나다가 꿈에서 깨어나 하반신 마비가 된 현실을 마주하는 고통을 참을 수 없다. 그는 택시 승차를 거부당하고, 고급 레스토랑 출입을 제한당하며 전동 휠체어를 충전할 곳을 찾아 헤매야 한다.
“난 진짜 ‘나’로 파리에 가고 싶어요.
프랑스 아가씨들의 시선을 받던 나요.
지금도 눈감으면 퐁네프 다리 옆 도핀 광장이 생생하게 떠올라요.
아주 작은 부분까지.”
“난 진짜 ‘나’로 파리에 가고 싶어요.
프랑스 아가씨들의 시선을 받던 나요.
지금도 눈감으면 퐁네프 다리 옆 도핀 광장이
생생하게 떠올라요. 아주 작은 부분까지.”
그는 자신이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하며 살아야 하는데 이런 삶을 자신의 인생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달라도 너무 다른 삶이기 때문이다. 그의 선택은 존엄사였다. 그는 스위스의 한 병원에서 삶을 중단하기로 마음먹는다. 6개월은 그의 선택을 바꾸기 위해 윌의 부모들이 요구했던 유예기간이었다. 루이자는 윌의 선택을 되돌려 보기로 한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게 되면 윌도 생각을 바꾸게 될까? 루이자는 윌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고 하나씩 이뤄간다.
루이자 역으로 열연한 에밀리아 클라크는 실제 장애를 갖고 있다. 그녀는 HBO 시리즈 <왕좌의 게임> 촬영 중 발생한 뇌출혈로 두 차례 수술을 받아 뇌의 상당 부분을 잃었다. 그녀는 기적적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 같은 사례는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그녀는 뇌 손상 피해자들의 회복을 위한 자선단체 ‘세임유(SameYou)’를 설립했다. 클라크는 “삶에 대한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만성 질환을 앓는다는 것은 너무나 쇠약하고 외로운 일”이라면서 “뇌 손상으로 가장 크게 느꼈던 것 중 하나는 지독한 외로움이었는데 우리는 이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불행이다. 그것은 사고라는 형태로, 질병이라는 형태로 예상치 못하게 닥칠 수 있다. 회복하지 못할 장애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삶을 스스로 중단하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윌은 루이자에게 말한다.
“최대한 열심히 사는 게 삶에 대한 의무예요”라고.
윌은 루이자에게 말한다.
“최대한 열심히 사는 게 삶에 대한 의무예요”라고.
지난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