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진포(花津浦)는 지명에 ‘바닷가’라는 뜻인 ‘포(浦)’자가 들어가 배가 드나드는 포구로 생각할 수 있지만, 석호(潟湖)이다. 석호는 만의 입구에 토사가 쌓여 바다로부터 분리된 호수이다. 대표적으로 강릉 경포호, 주문진 향호, 속초 청초호 등이 잘 알려져 있다. 화진포는 둘레 16Km, 넓이 2.3㎢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화진포는 남호와 북호로 나뉜다. 남호에는 갈대밭 등 자연 탐방 지대가 자리하고, 북호에는 옛 유명인사들의 별장과 각종 전시관 등 관광시설이 있다. 그중에서도 김일성 별장으로 불리는 ‘화진포의 성’을 비롯해 ‘이승만 초대 대통령 별장’과 당시 부통령을 지낸 ‘이기붕 별장’이 북호에 자리한다.
‘화진포의 성’은 우리나라 최초 결핵 전문 요양병원을 설립하고 크리스마스실을 도입했던 선교사 셔우드 홀(Sherwood Hall) 부부가 살던 석조건물이다. 이국적인 건물과 그 앞에 펼쳐진 화진포 바다 풍경이 아름답다. 김일성도 1948년부터 1950년까지 이곳에서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보냈다고 해서 김일성 별장으로 더 많이 불린다. 당시 어린 김정일이 이곳 돌계단에서 찍은 사진도 남아있다. 성 내부엔 셔우드 홀 부부와 북한 관련 자료들도 전시되어 있다.
‘화진포의 성’에서 도보로 2~3분 거리에 ‘이기붕 별장’이 자리한다. 이 또한 외국인 선교사들이 지은 건물로, 규모는 크지 않으나 돌을 쌓아 올린 외관이 멋스럽다. 북한 공산당 간부 휴양소였던 곳을 휴전 후 이기붕 아내가 개인 별장으로 사용했으며, 내부에 집무실과 응접실 등이 재현돼 있다.
이승만 별장도 근거리에 자리한다. 유족에게 기증받은 물품들로 전시관이 꾸며져 있는데, 정치적으로 대립 관계에 놓였던 백범 김구에게 보낸 편지도 전시돼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