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화탐구
글.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사진.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의 열풍 뒤에는
품격이 남다른 그들이 있었다!
<흑백요리사>
인기 이끈
베테랑 셰프들
전편이 공개된 지 꽤 지났지만, 여전히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흑백요리사>는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 80인이 스타 셰프 ‘백수저’ 20인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맞붙는 요리 계급 전쟁이다. 셰프들은 창의적인 레시피로 다양한 요리를 선보였는데, 베테랑 셰프들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패기 넘치는 젊은 셰프들과 대결하면서 경륜과 포용력으로 남다른 품격을 보여준 그들이 있어 <흑백요리사>가 빛날 수 있었다.
음식을 통해 깊은 감동을 준 에드워드 리

“나에게는 에드워드라는 미국 이름이 있지만 저는 한국 이름도 있어요. 나에게 한국 이름은 ‘균’입니다. 그래서 이 요리는 ‘이균’이 만들었어요. 제가 한국에서 음식을 먹으면 항상 너무 많이 줘서 배부르고 다 못먹어요. 특히 떡볶이. 떡볶이 시키면 항상 떡이 2개, 3개 남아요. 그래서 저는 그게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그거 아니에요. 풍족함과 사랑,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 이것이 바로 한국음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에드워드 리는 ‘이름을 건 요리’를 주제로 한 마지막 대결에서 떡볶이 디저트를 내놓으며 위와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처음에는 에드워드 리가 <흑백요리사>에 출연한다는 사실에 시청자들은 물론 함께 출연한 셰프들도 “굳이 왜?”라는 질문을 던졌었다. 그는 미국 케이블 채널 푸드 네트워크 <아이언 셰프 아메리카>의 2010년 우승자였고, 요식업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상’ 후보에 여러 차례 오를 만큼 이미 실력이 입증된 셰프이다. 게다가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국빈 만찬에 초청 셰프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계급장 떼고’ 치열한 대결을 벌여야 하는 <흑백요리사>에 나왔을까?
팀 미션에서 리더를 맡아 ‘장 아저씨’ 콘셉트로 내놓은 한국 장 요리에서 그 진정성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미 세계적인 요리사지만 한식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한 것이다. 마지막 대결에서 내놓은, 소박하지만(결코 간단한 음식은 아닌) 떡볶이 디저트에 덧붙인 진심은 모두를 감동시켰다. 그는 한식의 비밀을 통해 한국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낸 것 같았다. 그건 바로 ‘풍족함과 사랑’이었다.
<흑백요리사>의 명장면으로 통하는 에드워드 리의 이 마지막 대결은 <흑백요리사>가 가진 힘이 어디서 나왔는가를 잘 보여준다. 우승과 명예를 향해 싸우는 요리사들의 대결이 흥미롭게 펼쳐지지만, 이기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출연자들이 가진 저마다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낸다. 시청자들은 계급을 나눔으로써 생기는 흑수저 셰프들의 승리를 향한 동기부여에 공감하고, 이들이 백수저 셰프와 대결을 벌이며 보여주는 반전의 스토리에 짜릿함을 느낀다. 동시에 흑수저 셰프들의 승리를 박수치며 인정하는 백수저 셰프들의 대가다운 풍모에 감동한다.
흑백 대결은 음식 수준을 나누는 계급이 아니라, 유명과 무명 정도를 나눴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바둑 대결의 흑백 같은 용호상박의 명장면들을 펼쳐놓는다. 국내는 물론이고 대만, 싱가포르, 홍콩에서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비영어 TV 부문 1위를 차지했고, 세계 24개국에서 톱 10에 진입하는 성과가 나온 건 우연이 아니다. 에드워드 리처럼 요리 대결 이면의 다채롭고 감동적인 스토리들이 그려질 수 있었던 게 그 비결이다.
남다른 품격을 보여준 대가들

우승상금 3억 원은 큰 금액이지만, 이들에게 중요한 건 명예이다. 마지막 대결에서 결국 나폴리 맛피아에게 패배한 에드워드 리는 물론이고 이미 방송을 통해 잘 알려져 있고 참가자보다는 심사위원이 더 어울릴 법한 최현석, 여경래 같은 셰프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어찌 보면 잃을 게 더 많아 보였다. 젊은 새내기 셰프와의 대결에서 자칫해서 지기라도 하면 평생을 쌓아온 명성에 금이 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가의 남다른 품격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인물이 여경래 셰프다. 그는 흑수저 셰프 철가방 요리사(임태훈)와의 블라인드 테스트로 펼쳐진 1대1 대결에서 패배했다. 승패가 결정되는 순간 철가방 요리사는 여경래 셰프에게 예우의 의미로 절을 했고, 여경래 셰프는 선선히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훈훈한 광경이 펼쳐졌다. 여경래 셰프는 프로그램을 마치며 이런 말을 남겼다. “그 후배가 더 잘했으니까 좋은 결과가 후배한테 간 거고요. 사람은 살면서 항상 실패를 거듭해서 뭔가 향상하고 위로 올라가는 거는 분명하니까... 좋은 경험을 한 거 같아요.” 여경래 셰프는 비록 초반 대결 미션에서 탈락했지만, 방송이 나간 후 오히려 그 태도에 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심사위원인 안성재 셰프보다 한참 선배인 최현석 셰프가 팀 미션에서 보여준 리더십도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저마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확실한 백수저 셰프들로 꾸려진 팀에서도 최현석은 리더로서 소신 있게 팀을 운영했고, 스스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재료를 얻기 위해 상대 팀을 찾아가 고개를 숙이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끝내 최종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방송을 통해 왜 그가 국내의 톱 셰프로 자리매김하게 됐는지를 그 과정을 통해 증명해냈다.
이들처럼 이미 유명한 백수저 셰프들이 왜 그런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는가를 보여줬다면, 몇몇 연배가 있지만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은 흑수저 셰프들은 평생의 삶이 묻어난 요리들로 심사위원들을 매료시켰다. 화려한 파인다이닝을 하는 셰프들 사이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던 이모카세 1호(김미령)와 급식대가(이미영)가 그들이다.
이모카세1호(김미령)는 경동시장 지하에서 어머니의 대를 이어 안동국시를 만들며 요리사로 성장해 온 인물이다. 시장에서의 특성상 갖가지 한식 반찬 요리에 능통하고 그 누구보다 손이 빨라 <흑백요리사> 대결에서 그 짧은 시간에 많은 요리들을 백반 차려내듯 만들어 내는 모습으로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시장에서 삶의 더께가 쌓여 만들어진 요리, 대결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먹는 사람을 생각하는 그의 요리에서는 남다른 정이 느껴진다.
경남 양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조리사로 15년간 아이들의 급식을 책임져 온 급식대가도 마찬가지다. 까다롭기 이를 데 없던 안성재 심사위원도 그가 처음 급식 판에 내놓은 밥과 반찬을 먹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걸 먹으면서 어렸을 때 그런 추억이 떠오른 거 같아요.” 어려서 먹었던 급식의 맛을 그 누가 잊을 수 있을까? 특히 깐깐한 어린이들의 입맛을 맞춰왔다는 사실을 안성재 셰프는 높이 평가했다. 첫 대결에서 떨어질거라고 생각했다던 급식대가는 끝내 살아남아 급식으로 단련된 막강한 음식 내공을 펼쳐 보였다.
멋진 선배들이 있어 후배들도 빛날 수 있었다

에드워드 리, 여경래, 최현석, 김미령, 이미영... 이들은 유명세에 따라 백수저, 흑수저로 갈린 출연자들이지만 모두 50대를 넘긴 베테랑 요리사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이들이 거둔 성취들은 사뭇 다르다. 에드워드 리는 국제적인 명성을 가졌고, 여경래와 최현석은 유명 음식점들을 운영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김미령은 대를 이어 음식점을 운영하다 최근 들어 자리잡는 중이고, 이미영은 최근 정년퇴직했다. 저마다 요리하게 된 배경과 그를 통해 얻게 된 것들은 다를지 몰라도 <흑백요리사>라는 프로그램 안에서 이들은 모두 남다른 경륜이 묻어나는 대가로서의 풍모를 보여줬다.
<흑백요리사>의 심사위원으로서 전 세계 요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이고 방송 또한 재밌게 이끌어간 백종원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흑백요리사>는 한식은 물론이고 일식, 중식, 이탈리아 요리 등 전 세계 요리에 일가견을 가진 셰프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이들에게 홍어나 묵은지 같은 한식을 토대로 하는 음식을 시도하게 함으로써 드러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한식의 세계화’를 담아 놓는 방식을 활용했다. 여기에 전 세계 음식에 대한 백종원의 지식도 큰 역할을 했다. 방송 후 중국의 온라인 댓글 반응에는 그를 다시 봤다는 평가들이 적지 않았다. 중식의 방식을 활용해 한국 식재료를 요리한 음식이 나올 때면 그것이 중국의 어느 지방의 어떤 음식 스타일이라고 정확히 짚어낸 것에 대한 찬사들이다. 그래서인지 방송이 끝난 후 백종원에 대한 반응 또한 폭발했다. 그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는 <흑백요리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셰프들이 출연한 영상마다 수백만 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평생 음식과 관련한 업에 종사한 그의 공력이 이번 프로그램으로 새삼 주목받은 것이다.
물론 <흑백요리사>의 최종 우승은 흑수저로 참가한 나폴리 맛피아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이건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찌 보면 <흑백요리사>의 흥행에도 도움이 되었다. 이미 유명한 백수저가 우승하는 것보다는 무명의 흑수저가 백수저를 꺾고 우승을 하는 것이 시청자들에게는 더욱 드라마틱한 서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또 그것은 자연스럽게 스승과 제자 같은 세대의 흐름을 ‘청출어람’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스승벌이 되는 셰프로 나폴리 맛피아에게 진 에드워드 리가 이른바 ‘졌지만 잘 싸웠다’라며 방송 이후 더 큰 박수갈채를 받은 건 무슨 의미일까? 또 급식대가 이미영 씨가 퇴직 후 조용한 노후를 보내려 했지만 <흑백요리사> 이후 거의 쉴 틈 없는 일정으로 행복한 인생 이모작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는 건 무얼 말해주는 걸까? 인생이 요리에 녹아들 정도의 연륜과 경륜을 가진 그들이 여전히 도전하고, 설혹 후배들에게 지더라도 든든하게 그들을 응원해 주는 모습에서 우리 사회가 원하는 베테랑 기성세대의 이상적인 모습을 만났던 게 아닐까? <흑백요리사> 열풍 뒤에는 품격이 남다른 그들이 있었다.
<흑백요리사> TOP 8
이모카세1호 김미령 셰프
I
N
T
E
R
V
I
E
W
  • <흑백요리사> 출연 이후 어떻게 지내시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김미령 셰프입니다. <흑백요리사> 출연 덕분에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똑같은 일을 오래 해서 힘들기도 하고 지친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흑백요리사>에 출연하여 유명하신 셰프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똑같고 지루하기만 하던 일상이 생기로 가득 차게 됐습니다.

  • 나만의 요리 비법이 있다면?

    특별한 요리 비법이라기보다는 음식을 할 때 항상 갖는 마음가짐이 있습니다. 저희 식당을 방문해 주시는 손님들의 취향, 연령, 성별 등을 고려해 같은 요리라도 드시는 분들의 입맛에 맞게 매번 요리를 달리하려고 해요.

  • 차후에 국민연금을 수령하실 것 같은데요. 연금 수령에 대한 기대감 혹은 수령하신 연금으로 무엇을 하실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항상 가게를 운영하며 바쁘게 앞만 보며 살아왔어요. 노후에는 국민연금으로 남편과 같이 소소한 취미생활을 즐기며 지금까지는 모르고 살았었던 여유를 즐길 거예요.

  • 5060대 중 새로운 도전에 관해 고민하는 분들께 독려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오래 고민하지 않는 편이에요. 고민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일찍 움직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여러분들도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지면 가능한 한 빨리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드밴스드 퀴진
  • <흑백요리사> 출연 이후 어떻게 지내시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김미령 셰프입니다. <흑백요리사> 출연 덕분에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똑같은 일을 오래 해서 힘들기도 하고 지친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흑백요리사>에 출연하여 유명하신 셰프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똑같고 지루하기만 하던 일상이 생기로 가득 차게 됐습니다.

  • 나만의 요리 비법이 있다면?

    특별한 요리 비법이라기보다는 음식을 할 때 항상 갖는 마음가짐이 있습니다. 저희 식당을 방문해 주시는 손님들의 취향, 연령, 성별 등을 고려해 같은 요리라도 드시는 분들의 입맛에 맞게 매번 요리를 달리하려고 해요.

  • 차후에 국민연금을 수령하실 것 같은데요. 연금 수령에 대한 기대감 혹은 수령하신 연금으로 무엇을 하실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항상 가게를 운영하며 바쁘게 앞만 보며 살아왔어요. 노후에는 국민연금으로 남편과 같이 소소한 취미생활을 즐기며 지금까지는 모르고 살았었던 여유를 즐길 거예요.

  • 5060대 중 새로운 도전에 관해 고민하는 분들께 독려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오래 고민하지 않는 편이에요. 고민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일찍 움직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여러분들도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지면 가능한 한 빨리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드밴스드 퀴진
I
N
T
E
R
V
I
E
W
<흑백요리사> TOP 8
이모카세1호 김미령 셰프
©어드밴스드 퀴진
  • <흑백요리사> 출연 이후 어떻게 지내시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김미령 셰프입니다. <흑백요리사> 출연 덕분에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똑같은 일을 오래 해서 힘들기도 하고 지친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흑백요리사>에 출연하여 유명하신 셰프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똑같고 지루하기만 하던 일상이 생기로 가득 차게 됐습니다.

  • 나만의 요리 비법이 있다면?

    특별한 요리 비법이라기보다는 음식을 할 때 항상 갖는 마음가짐이 있습니다. 저희 식당을 방문해 주시는 손님들의 취향, 연령, 성별 등을 고려해 같은 요리라도 드시는 분들의 입맛에 맞게 매번 요리를 달리하려고 해요.

  • 차후에 국민연금을 수령하실 것 같은데요. 연금 수령에 대한 기대감 혹은 수령하신 연금으로 무엇을 하실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항상 가게를 운영하며 바쁘게 앞만 보며 살아왔어요. 노후에는 국민연금으로 남편과 같이 소소한 취미생활을 즐기며 지금까지는 모르고 살았었던 여유를 즐길 거예요.

  • 5060대 중 새로운 도전에 관해 고민하는 분들께 독려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고민을 오래 하지 않는 편이에요. 고민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일찍 시작하고, 도전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러분들도 새로운 도전을 하고싶은 마음이 들면 가능한 빨리 도전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