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풍 내 얼굴, AI로 만든 팝송, 탐정 챗봇 롤플레잉. SNS에 넘쳐나는 AI 창작물들이 이제는 익숙하다. 챗GPT부터 클링까지, AI 플랫폼은 일상을 놀이터로 바꾸고 있지만 저작권과 창작 윤리를 둘러싼 경고음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 가장 핫한 AI 놀이법과 그 이면의 법적·윤리적 쟁점을 들여다본다.
지브리, 다시 소환된 동심의 화풍
“아침에 일어나니 내 얼굴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봤다는
메시지가 수백 개 와 있었어요.
(그래서) 프로필을 바꿔봤습니다.
누군가 더 나은 그림을
만들어줄 수도 있을까요?”


미국 오픈AI 최고경영자(CEO)로 글로벌 테크업계 거목인 샘 올트먼이 지난 3월 27일 소셜미디어 X 프로필 사진을 교체하며 올린 게시글이다. 새 프로필 속
올트먼은 만화 주인공이 된 모습이다. 짧고 비쭉비쭉 솟은 갈색 머리에, 크고 동그란 눈은 푸른색임에도 피부색은 동양인처럼 살구색이다.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화풍(畫風)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이하 지브리) 특유의 따뜻하고 서정적인 화풍으로 올트먼의 생김새를 묘사한 것이다.
지브리는
‘모노노케 히메(1997년 개봉)’,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등 히트작을 배출해 일본·한국 등 아시아권뿐 아닌
영미권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올트먼의 새 프로필은 지난 3월 25일 자사 생성형 AI(인공지능) 모델인 ‘챗GPT-4o’에 탑재한 이미지 생성기로 만든 것이다. 챗GPT-4o의 이미지 생성기는
이용자의 사진을 특정 애니메이션 제작사나 만화가 화풍으로 수정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스타워즈’, ‘대부’, ‘해리포터’ 등 유명 영화의 명장면들을 지브리풍으로 바꾼 그림들도 최근 소셜미디어에 우후죽순 올라오고 있다. 국내 소셜미디어엔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와 봉준호 감독의 2019년작 ‘기생충’ 포스터를 지브리 화풍으로 변환한 그림들이 올라왔다.
지브리가 한국인에게 유독 인기인 이유는, 2000년대 초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던 시기에 많은 이들이 처음 접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지브리였기 때문이다. 당시 지브리
작품은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미지의 영역이었던 일본에 대한 뭉글한 동경(憧憬)을 처음 품게 해준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 시절 지브리 작품을 보며 같은 감정을
느낀 이들은 그림으로나마 그 주인공 중 하나가 되어보는 경험에 이 정도 투자를 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저작권 논란: 지브리와 AI의 충돌
다양한 생성형 AI 플랫폼들이 쏟아지고 있다. 텍스트부터 이미지, 음성, 영상까지 원하는 대로 만들어주는 이 기술은 이용자들의 창작 놀이터가 됐지만, 동시에 저작권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생성형 AI의 작동 원리를 생각해보자. 생성형 AI는 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글과 사진 등 새 콘텐츠를 생성해내는 AI 모델을 말한다. 기존 AI가
데이터를 학습해 대상을 모방했다면, 생성형 AI는 ‘학습한 것’을 토대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즉 GPT-4o가 지브리풍 이미지 생성 같은
기능을 수행하려면 다양한 애니메이션 작품을 학습해야 한다. 여기서 생성형AI 유행 이후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논란이 떠오른다. 저작권 논란이다.
오픈AI가 지브리를 비롯한 애니메이션 제작사들과 저작권 계약을 맺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GPT-4o에 일부 특정 작품이나 제작자의 화풍을 요구하면 저작권 문제를
이유로 제작을 거부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지브리는 자사 화풍을 이용해도 괜찮다고 계약을 맺었을까. 지브리는 이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픈AI 측도
마찬가지다.
미야자키 감독은 과거 AI로 만든 애니메이션에 대해 “역겹고 소름이 끼친다”며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미야자키는 2016년 일본 공영방송 NHK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AI로 만든 애니메이션을 감상하곤 “이 작품을 만든 ‘사람’은 고통이 무엇인지 알까. 작품 자체가 삶에 대한 모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기술을 내 작품에
접목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은 “저명한 제작사나 만화의 화풍을 활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픈AI가 저작권 논란에 휩싸인 것은 처음이 아니기도 하다. 인도 방송사 NDTV 등을 운영하는 아다니그룹은 지난 1월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오픈AI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존 그리셤, 데이비드 발다치, 마이클 코널리 등 유명 소설가들도 지난해 10월 챗GPT가 훈련 과정에서 자신의 저작물을 무단 이용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대표적인 AI 플랫폼 소개

-
ChatGPT-4o
텍스트·이미지·음성 생성,
지브리 등 다양한 스타일 지원 -
Gemini
구글 AI, 고급 검색·
텍스트 분석·대화형
서비스 -
Perplexity
AI 검색엔진,
실시간 정보 탐색 및
요약 제공 -
DeepSeek
코드·논문 분석 등
고급 지식 탐색
기능 -
Riiid Written
국내 서비스, 이력서·자소서·상품 리뷰 등 문서 작성 지원

-
Midjourney
고품질 이미지 생성,
아트워크·콘셉트 아트에 특화 -
Stable Diffusion
다양한 화풍의
이미지 생성,
오픈소스 기반 -
Leonardo.AI
캐릭터·게임 아트 등 창작에 특화된
이미지 생성 -
Canva
손쉬운 디자인·편집,
AI 이미지·그래픽
생성 기능 포함

-
Suno
키워드만으로
음악 작곡,
AI 커버송 제작 -
Voicify
AI로 가수 목소리
구현,
커버송 제작 -
Pika Labs
AI 동영상 생성,
텍스트 기반
애니메이션 제작 -
Kling
텍스트·이미지를 기반으로 동영상 제작,
숏폼 콘텐츠 강점
법은 뭐라고 할까? 회색지대의 해석
다만 지브리풍 이미지 생성을 두고는 계약 여부와 상관없이 저작권 침해로 단언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후쿠이 겐사쿠 변호사는 “(이미지 생성
기능이) 작풍을 단순 모방하는 수준에 그치고 지브리 영화 장면과 구체적으로 유사한 게 아니라면 저작권 침해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나카하라 히로히코 전략관도 지난 16일 국회에서 이른바 ‘지브리피케이션(Ghiblification·지브리화)’이라는 AI 이미지 생성이 최근
유행하고 있는데 저작권 침해가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는 입헌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단순히 작풍이나 아이디어가 유사할 뿐이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저작권법은 작풍, 아이디어처럼 창작적 표현에 이르지 않는 개념을 보호하지 않는다”며 “AI로 생성된 콘텐츠가 기존 저작물과의 유사성을 띤다면 침해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까지 나서 저작권 침해 논란을 일축한 상황에서, 국내 이용자들을 둘러싼 우려도 당장은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 당장 오락 수단으로 여겨지는 이런 기능이
장기적으론 창작자의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예술
윤리로 직결되는 문제는 불식되지 않는다.
무라카미 류 등 숱한 스타 작가를 배출한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의 지난해 수상작인 ‘도쿄도 동정탑(저자 구단 리에)’은 집필에 생성형 AI를
사용한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작중 인물의 질문에
AI가 답변하는 대목에서 실제 생성형 AI를 사용한 답이 등장했고, 이 부분은 전체 분량 중 약 2%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아쿠타가와상 심사위원단은 “AI 사용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현지 문학계엔 진정성과 독창성에 대한 회의적 반응이 많았다. 이후, 구단
리에 작가는 생성형 AI로 전체 분량의 95%를
집필한 신작 ‘그림자의 비’를 발표했다.
예술계의 경고와 반발
2년 전인 2023년 여름, 미국 할리우드에선 1만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작가조합(WGA) 파업이 발생했다. 후에 할리우드 배우들까지 파업에 동참했다. 이들의 주장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열풍으로 콘텐츠 시장은 불어났지만 그 수익 상승분은 제작사들이 독차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일부 제작사가 각본 등 제작 과정에 생성형 AI를 도입하려 나서면서, 작가와 배우들이 합심해 들고 일어났다.
숱한 블록버스터급 작품들이 파업 문제로 제작 중단되면서, 결국 제작사 단체가 이들에게 ‘AI 지침 마련’을 약속하고 파업을 끝냈다. 합의 내용엔 제작사가 작가에게 AI 사용을 강요할 수 없고, 일부 작업을 AI가 대신한다고 해도 작가에게 돌아갈 원고료를 부당하게 줄여선 안 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세계 대중문화 업계에서 처음 발발한 ‘예술가와 AI의 전쟁’이었다고 평가된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당시 “(인간이) AI를 상대로 큰 승리를 거뒀다”고 전했다.
AI와 우리의 일상
한국에선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 상업용 AI 영화’라는 ‘나야 문희’가 개봉했다. 배우(나문희)와 디지털 초상권 계약을 맺고 생성형 AI로 만든 약 20분짜리 단편이다. 작품성을 두고는 혹평이 많았지만 실험적 차원에서 감상해야 할 영화였다.
이 밖에도 특정 가수 음성을 인식시키면 그 가수가 부른 듯 노래를 만들어주는 이른바 ‘AI 커버곡’, 세상에 없는 아예 새 곡을 만들어주는 ‘AI 작곡’ 등이 인기다. 유튜브 등에 원하는 가수 이름 뒤에 AI를 붙여 검색하면 쉽게 찾아 들을 수 있다.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에겐 이미 익숙한 콘텐츠인데, 문제는 마찬가지로 저작권이다. AI 커버곡의 경우 당사자인 가수와 원곡자에게 허락을 맡았을 확률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생성형 AI가 정보 검색을 넘어 우리 일상과의 접촉 면적을 갈수록 넓히고 있다. 이용자들의 주된 목적은 ‘오락’이고, 저작권 등 창작 윤리 문제는 ‘회색 지대’ 상태로 도사리고 있다. 일각에선 향후 AI 기술이 저작권주(主)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지금과 같은 회색 지대가 고착될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이렇게 놀아보세요!
요즘 뜨는 AI 활용법 3
-
‘지브리풍’부터 ‘나만의 캐릭터’까지
챗GPT-4o, 스테이블 디퓨전, 플레이그라운드AI 등에서는 키워드를 입력하거나 사진을 업로드해 다양한 스타일의 이미지를 제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브리풍 강아지’, ‘디즈니 스타일 내 얼굴’ 같은 요청이 가능하며, 배경·캐릭터·포스터까지 자유롭게 만들어 SNS 프로필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
챗GPT-4o, 스테이블 디퓨전 접속
-
사진 업로드 + 키워드 입력(예: “지브리풍 디즈니 스타일”)
-
생성된 이미지 다운로드 후 활용. SNS 프로필로 안성맞춤!
-
-
탐정, 마법사, 영화 속 주인공 되기
챗GPT, 제미나이 등 대화형 AI로 가상의 시나리오에 몰입할 수 있다. “셜록 홈즈처럼 사건을 해결해줘”라고 입력하면 탐정 시뮬레이션이 시작되고, “해리포터 세계관에서 모험하고 싶다”라고 요청하면 마법 학교의 수업과 퀘스트를 경험할 수 있다.
-
챗GPT 또는 제미니 접속
-
세계관 설정(예: “셜록 홈즈처럼 사건 해결”)
-
AI의 미션 진행에 따라 몰입형 대화 이어가기
-
-
작사·작곡·커버송 체험
Suno, Voicify 등은 키워드 몇 개만으로 음악을 제작할 수 있다. ‘여름 바다 분위기의 팝송’ 같은 키워드를 입력하면 멜로디와 가사까지 완성되며, Voicify는 특정 가수의 목소리를 AI로 구현해 커버송도 제작할 수 있다. 또 Kling은 입력한 텍스트·이미지로 짧은 동영상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숏폼 콘텐츠까지 손쉽게 제작할 수 있다.
-
Suno, Voicify(음악), Kling(동영상) 접속
-
키워드 입력(예: “여름휴가 느낌 팝송”)
-
완성된 음악 듣기 및 저장
-


개인 SNS용 이미지는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상업적 용도로 활용할 경우 반드시 저작권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AI로 생성한 이미지·음원은 가급적 출처와 생성 사실을 밝히는 것이 좋다.
작풍(스타일) 자체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구체적인 장면이나 캐릭터와 유사할 경우 침해 소지가 있으므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