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우리 삶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때로는 뜨거운 감자인 이 제도가 또 한 번 중요한 변화의 문턱을 넘었다. 지난 2025년 3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4월 2일 공포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오는 2026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이루어진 이번 개혁은 더 많은 이에게, 더 오랫동안, 더 안정적인 노후를 제공하기 위한 고심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번 개혁이 마침표가 아닌,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긴 여정의 또 다른 시작점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나? ‘더 내고, 더 받는’ 구조로의 전환
이번 연금개혁의 핵심은 단연 ‘지속가능성 제고’와 ‘노후소득 보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연금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의 조정이다.
첫째, 연금보험료율이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현재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은 2026년부터 매년 0.5%p씩 8년간 단계적으로 올라 2033년 13%까지 인상된다. 가령 월 소득이 300만 원인 직장가입자라면 현재 총 보험료는 27만 원이고 2026년에는 28만 5천원으로 1만 5천 원이 오르지만, 회사가 인상된 보험료의 절반을(7천 5백 원)을 부담한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므로 인상폭을 더 크게 체감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가입자는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을 확대하여 보험료 부담을 국가가 함께 나눈다. 당장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소진 시점을 늦춰 미래세대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둘째, 소득대체율은 2026년부터 43%로 조정된다. 소득대체율이란 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의 비율(가입 기간 40년 기준)을 의미하는데, 당초 2028년까지 40%로 낮아질 예정이었던 것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는 가입자들의 실질적인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2026년에 가입하여 40년간 보험료를 납부하는 평균 소득자(월 309만 원 가정)의 경우, 수급 첫해 연금액이 현행 제도(41% 가정 시 약 123만 7천 원)보다 약 9만 원 가량 오른 132만 9천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으로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은 기존 2056년에서 2064년으로 8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기에 더해 국민연금 기금을 운용해서 얻는 수익률을 지금 목표인 4.5%보다 1%포인트 높은 5.5%까지 올릴 수 있다면, 기금이 소진되는 시점은 2056년보다 15년 늦은 2071년까지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래세대의 불안감을 다소나마 해소하고 제도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촘촘해지는 사회안전망 크레딧 제도 확대와 저소득층 지원 강화
이번 개혁은 단순히 숫자를 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국민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담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출산크레딧과 군복무크레딧의 확대이다. 출산크레딧은 기존 둘째 자녀부터 적용되던 것을 2026년 출생아부터 첫째 아이에 대해서도 12개월의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하고, 최대 50개월이었던 상한 규정도 폐지된다. 이는 저출생 시대에 아이를 낳아 기르는 부모의 노고를 국가가 함께 나누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군복무크레딧 역시 기존 6개월에서 최대 12개월(실제 복무 기간)로 인정 기간이 늘어난다.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활동인 국방의 의무를 다한 청년들의 노후에 국가가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는 것이다.
더불어,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도 확대된다. 기존에는 보험료 납부를 재개한 경우에 한정해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납부 재개 여부와 관계없이 소득이 일정 수준 미만인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 최대 12개월간 보험료의 50%를 지원하게 된다. 이는 실직이나 사업 중단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연금 사각지대를 줄이고, 최소한의 노후 대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조치이다.



보험료율
현행 (2025년 기준)
소득의 9%
개정안 (2026년 시행)
2026년 9.5%부터 매년 0.5%p씩 인상,
2033년 13% 도달

소득대체율
현행 (2025년 기준)
2025년 41.5%
(매년 0.5%p씩 하락, 2028년 40% 예정)
개정안 (2026년 시행)
2026년부터 43%로 상향 조정

출산크레딧
현행 (2025년 기준)
둘째 자녀부터 인정
(둘째 12개월, 셋째부터 18개월),
최대 50개월 인정
개정안 (2026년 시행)
첫째 자녀부터 인정
(첫째·둘째 12개월, 셋째부터 18개월),
상한 규정 없음

군복무크레딧
현행 (2025년 기준)
6개월
개정안 (2026년 시행)
최대 12개월 내 실제 복무 기간
* 2026.1.1. 이후 군 복무를 마친 경우

저소득
지역가입자 지원
현행 (2025년 기준)
납부 재개 시 12개월 동안 보험료의 50% 지원
(월 최대 46,350원)
개정안 (2026년 시행)
납부재개 요건 삭제,
일정소득 미만의 저소득 지역가입자로
지원대상 확대

국가 지급보장
현행 (2025년 기준)
‘필요한 시책 수립·시행’ 등 간접적 표현
개정안 (2026년 시행)
‘국가의 연금급여 지급보장과 이에 필요한
시책 수립 및 시행’하도록 국민연금법에
명확히 규정
기대와 우려 사이, 남겨진 과제들 세대 간 형평성과 구조개혁의 길
물론 이번 개혁에 대한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혁이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아닌지, 혹은 충분한 수준의 개혁인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더 내고 덜 받는' 구조에 대한 거부감이나, 기성세대는 혜택을 먼저 누리고 부담은 청년층에 집중된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세대 갈등 양상도 나타났다.
그러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소득대체율 43%는 2026년 이후 보험료를 납부하는 가입자들에게 적용되는 것이지, 현재 연금 수급자들의 수급액이 일괄적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이번 개혁이 없었다면, 기금 소진 시점 이후 청년세대는 훨씬 더 높은 보험료율(일부 추산 30% 안팎)을 감당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2006년생의 경우 개혁 전 생애 평균 보험료율은 14.3%였으나, 이번 개혁으로 12.7%로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는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보장을 명문화해 ‘내 연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노력도 포함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모수개혁’(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숫자를 조정하는 개혁)만으로는 국민연금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진정한 의미의 연금개혁은 기초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을 아우르는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 전반을 손보는 ‘구조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인구구조와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연금 제도의 주요 변수들을 자동적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는 향후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자동삭감장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 반대하고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미래를 향한 끊임없는 대화와 약속
2026년부터 시행될 국민연금 개정안은 분명 한 걸음 진일보한 조치이다. 하지만 이는 완결된 처방전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를 안고 있는 현재진행형 과제이다. 세대 간 오해를 풀고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 그리고 더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향한 진지한 논의가 계속되어야 한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 젊은 의원들이 배치된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다. 청년층을 포함한 각계각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투명한 정보 공개와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국민연금이 진정으로 모든 세대를 위한 든든한 약속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그 여정을 밝히는 등대가 될 것이다.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