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마지막 일요일에 방문한 강화도 라이카 먹거리 숲은 회사원인 이청산 씨의 오도이촌 농막의 또 다른 이름이다. 98평의 대지에 따스한 농막, 아담한 온실, 다양한 허브와 농작물이 사이좋게 자라고 있는 밭이 마치 소박한 느낌을 준다. 이곳의 밭은 퍼머컬쳐라는 신선한 방식의 농작법을 실험하고 있는 곳이기에 모양이 범상치 않다.
김지은 씨와 이청산 씨가 만난 곳도 이 퍼머컬쳐(Permaculture)*를 공부하는 자리였다.
두 사람은 지속가능하면서도 여성도 쉽게 지을 수 있는 농사를 알아보다가 이 농법에 대해 알게 됐다. 그리고 도시농부와 오도이촌 생활자로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다가 농지법 개정안을 두고 의기투합하게 됐고, 자신들 이외 사람들과도 함께 의견을 모으기 위해
‘한국오도이촌협회’를 설립한 것이다. 법안 개정이 부결로 마무리되면서 남은 사람들은 ‘이왕 모인 것 다른 좋은 일을 해보자’며 새로운 활동 방안을 모색했고, 최근에는 협회 이름으로 ‘팜데이’ 행사도 개최해 호평을 받았다.
*퍼머컬쳐(Permaculture) : 빌 모리슨이라는 호주인이 개발한 농법으로 지속가능한(permanent)이라는 단어와 농업(agriculture)의 합성어다. 이 방식의 농업은 잡초 등을 비료로 활용하며 자연생태계를 밭에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지은(이하 김) 저는 한국오도이촌협회의 김지은입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느끼고 비건 생활을 시작하다가 도시농부로 6년간 활동했고, 지금은 경기도 안성에서 오도이촌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청산(이하 이) 저는 이청산이라고 합니다. 6년 전 회사 생활 중 번아웃을 겪게 되면서 흙도 만지고, 햇볕도 쬐고 싶다는 생각에 오도이촌을 꿈꾸게 됐고, 현재는 이 강화도 라이카 먹거리 숲을 꾸린지 4년 차를 맞이했습니다.
제가 오도이촌을 선택한 것은 사실 두 가지 삶을 포기할 수 없어서 선택한 절충안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에서의 삶이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의 숨구멍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부캐처럼 ‘강화에서의 나’와 ‘직장에서의 나’ 두 가지 생활이 생기면서 서로 보완해 가면서 제가 더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느 쪽에서 잘 안되더라도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했어요.
저는 비건 식을 하면서 도시 농부 생활을 하니까 새벽에 5~6시에 일어나서 농사일을 마무리 짓고, 도시락을 준비해서 출근하는 패턴으로 그동안 생활했었어요. 그러다보니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어요. 이런 생활 덕분에 20대보다 30대 제 자신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더 건강해진 것을 느끼고 있어요.
네, 이런 오도이촌 생활을 통해서 농촌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시골 텃세 문화 등에 관한 편견들도 사실 현재는 세대 교체가 되기 시작해서 전보다 점차 완화되고 있는 추세라서 이에 대한 걱정은 전보다는 덜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정주인구가 아니더라도 오도이촌같은 관계인구가 늘면 시골의 인프라도 새롭게 확장되지 않을까 싶어요. 시골에서 산다고 꼭 농작물을 팔 필요는 없고, 그렇게 하기도 쉽지 않죠. 오히려 오도이촌 체험 스테이나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매장을 내는 식으로 수익을 다각화하는 것도 농촌의 생명력을 늘리는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이곳에서 모여 살면서 인프라가 생기고 새로운 경제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저처럼 오도이촌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어떤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기획하게 됐습니다. 가이드북에 있는 질문을 하나씩 따라가면서 답변을 하다보면 자신이 오도이촌을 준비하는 마음가짐 등에 대해서 점검해볼 수 있어요.
오도이촌은 지속성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농한기를 제외하고 매주 주말에 방문해야하고, 약속이 생기면 시골에서 잡는 등 특별한 노력도 필요해요. 어떻게 보면 자신의 일상이 완전히 바뀌는 거죠. 거기에 예산도 적지 않게 들어가고요. 그러니 충분한 고민을 한 뒤 시작하실 수 있게 그런 내용을 넣었습니다. 앞으로는 저도 오도이촌을 실천하면서 1인 가구에 특화된 식량작물 모듈, 면적, 조합 등을 실험해보고 그런 결과를 담으려고 합니다.
팜데이 행사는 저희가 협회 이름으로 처음 개회한 행사인데요. 밀도 있는 진행을 하고자 소수 인원으로 긴 시간을 들여서 진행해봤 습니다. 참가자는 신청해주신 분들 중에서 신중하게 여섯분을 선발해서 저희 협회 스탭들과 심도 있게 교류도 나누며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행사가 6시까지였는데 저녁 8시까지 머무르시며 저희와 이야기도 나누며 시간을 보낼 정도로 호응이 좋아서 기획한 의도대로 잘 진행된 거 같아서 즐거웠습니다. 행사 이후 만족도 조사에서도 평점이 4.8정도를 기록해서 더욱 보람을 느꼈습니다.
하나 재미있는 이야기는 이번 행사의 식사를 저희 옆집에 살고 계신 ‘스텔라’에게 부탁했어요. 고기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식으로 15인분 식사도 준비해주셨습니다. 또 집 앞 주차장도 사용하게 해주시고 덕분에 더욱 좋은 행사가 된 거 같습니다. 참고로 스텔라는 저희 옆집에 사는 할머님이신데 제가 얼굴과 성함을 잘 기억을 못해서 주변 어르신들에게 영어 이름을 붙여드렸어요. 사실 시골에서 만나는 모든 분들을 다 어머니 아버지, 선생님 이렇게 부를 수 없잖아요. 처음에는 어색해 하셨지만 지금은 좋아해 주고 계세요.
네 비슷한 형태로 갈지 아니면 다른 주제를 묶어서 진행할지는 고민하고 있지만, 이번 행사에 오셨던 분들 위주로 조만간 가까운 시일에 뵙고자 합니다. 그분들 중에는 오도이촌이나 귀촌을 준비하는 분들도 계시고, 여성주의 도서관을 운영하는 분들도 계셔서 저희 방향성에 대해서도 이분들과 교류하면서 더욱 확장해 나가려고 합니다. 참고로 행사에 사용한 현수막은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제작해서 필통으로 재활용해서 기념품으로 드리기도 했어요!
저희의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과 느슨한 연대가 되고 싶으신 분들이 연락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협회라는 것이 저희가 만들기는 했지만, 같이 만들어 나가는 것으로 생각해서 여러 사람의 생각이 결합하면 더 좋은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의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저희도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돕고 싶습니다.
오도이촌을 하는 모든 시간이 나 자신을 되찾을 수 있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원해서 저질렀던 일을 직접 하나하나 수습하면서 경험을 쌓아가는 것들이 다 지금의 저를 건강하게 만들었거든요. 결과적으로 굉장히 뜻깊은 시간이 제안에 남았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이 편견 없이 경험해 보시길 바랄게요.
저는 저만의 방법으로 오도이촌을 준비하고 있는데 자신에게 어떤 방법이 맞는지 잘 생각해 보고 진행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런 생활 덕분에 더 많은 것들을 의욕적으로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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